제조업 기반의 B사는 매년 수백억 원 규모의 자재를 외부 협력업체로부터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3년간 특정 협력업체와의 거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 생산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숫자의 불균형을 감지한 경영진은 구매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외부 전문 진단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구매 데이터를 살펴보니, 평범해 보이는 거래 이면에 여러 이상 신호가 숨어 있었습니다.
각각의 거래를 개별적으로 보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문제는 이 거래들을 함께 놓고 볼 때 비로소 드러났습니다.
전문 진단팀은 거래 데이터의 통계적 이상 탐지, 커뮤니케이션 분석, 현장 실사를 병행하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나왔습니다. 구매 담당자와 협력업체 대표 사이에서 자재비를 의도적으로 올리고, 차액을 별도로 처리하는 구조가 확인된 것입니다. 이는 명목상 허위거래를 만들어 대금을 지급한 후, 협력업체로부터 금액을 돌려받는 전형적인 리베이트 구조였습니다.
현장 실사에서는 장부에 기록된 자재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되었고, 유류비를 가공하여 개인 차량에 사용한 정황도 추가로 포착되었습니다. 국세청 자료와의 대사를 통해 실거래 없이 발급된 세금계산서 12건도 확인되었습니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구매 프로세스 뒤에,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운영되어 온 부정의 구조가 있었습니다.
총 부정 관련 금액은 약 6억 원 규모로 확인되었습니다.
B사에는 구매 승인 체계, 견적 비교 절차, 정기 회계 감사 등 기본적인 내부 통제가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부정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부정행위자는 통제 절차 자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승인 한도 내에서 거래를 분할하고, 견적서는 형식적으로 비교가 가능하도록 구색을 맞추었으며, 세금계산서도 정상적으로 발급되었습니다. 개별 절차만 보면 모두 규정을 준수하고 있었습니다.
전문 진단팀이 거래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현장 실물, 외부 자료를 하나의 관점으로 통합하여 분석했을 때, 각 절차 사이에 숨겨진 부정의 연결 고리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B사는 진단 이후 구매 프로세스에 이중 승인 체계를 도입하고, 협력업체 단가를 시장가와 자동 비교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내부 통제 절차가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절차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그 절차를 우회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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